Page 5 - SEOUL METROPOLITAN GOVEMENT KOYANG MENTAL HOSPITAL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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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자와치료자로서의관계의첫발을떼게된이후,차 근차근 서로 알아나가는 시간들을 갖게 된다.
이러한 시간들이 차근차근 쌓여 나가면서 치료자 입장 에서는 얼굴 생김새, 말투, 걸음걸이, 옷매무새 등의 외 적인 모습뿐만 아니라, 증상, 증상에 대해 인지하는 정 도, 치료에 대해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정도, 주로 어떻 게시간을보내는지,나에대한태도,생각등을알수 있게된다. 환자분들역시치료자에대한외적특색및환자분들 에 대한 태도, 치료적 입장 및 견해들을 알게 되고 이 러한 알아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는 것 같다.
처음의 낯설고 어색한 순간들이 점차 옅어지면서 자연 스레 서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생기는 것이 다. 이것이 바로 또 다른 형태의 '이름 불리움'이 아닐 까 싶다.
첫 면담시 말없이 눈길을 회피했던 분이 수개월의 시 간이흐른지금,서로를마주했을때비록말은없더라 도살며시미소짓는것,또한비록다소성숙하지못한 방법이긴 하지만 때로는 아이와 같이 떼쓰듯 온전히 담당 치료자에게 증상을 하소연하는 모습. 이 역시 관 계 형성의 밑바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. 나를 치료자로 받아들이고 있구나, 환자분들 입장에서 는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야 할 환자로 내가 받아들여 지고 있구나. 이렇게 서로 받아들이고, 서로에게 자연 스레 스며들고 있는 순간 또 한편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치료적 관점에서 본연의 빛깔과 향취를 찾도록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.
본래의 건강한 '나'가 증상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면, 본 연의 빛깔과 향취를 잃어버렸다면 그러한 본연의 '나' 를되찾을수있도록치료적도움을다하는것..그러한 과정에 미약하나마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, 그것 이 바로 정신과 의사로서의 보람일 것이다.
그리하여 건강하고 밝게 빛나는 각자의 고유한 특색을 되찾는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꽃이 되고,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지 않을까?
<어린왕자> 속 왕자와 여우의 대화 중에서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친해지고 길들여진다는 것 과 관련된 어린 왕자의 "어떻게 길들이는데?" 하는 물음에 여우는 이 렇게 답을 한다.
"인내가 중요해. 맨 처음에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서, 이렇게 풀밭에 앉는거야. 나는 너를 흘끔흘끔 곁눈질로 쳐다보지. 너 는아무말도하지마.말이란오해의원인이되기가쉽거든.하 루하루날짜가지나감에따라너는점점더내쪽으로가까이 와서 앉게 되는 거야."
여우의대답속묘사장면처럼서로마음을열고받아 들이기 전까지 서로의 고유한 내적 영역을 존중해주는 것은 우리가 간과하기 쉽지만, 관계를 맺어가는 데 있 어매우중요한첫과정인것같다.내방식대로섣불리 상대에 대해 정의 내리고 아무 이름이나 붙여 버리는 것은 우리가 지양해야 할 모습이다.
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 의 거리를 유지한 채 조금 떨어져서 앉는 것, 이럴 때 상대방역시나에대한과도한심리적부담을덜고탐 색하고 알아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줄 것이다. 비록 정 면을 자신감 있게 응시하진 못하더라도 흘끔흘끔 곁눈 질 하는 방식이 바로 이러한 노력이 표현되는 모습일 것이다.
이러한 노력의 시간이 흘러간 이후에는 조금씩 더 다 가가앉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부 담스러워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. 진료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.
앞에 김춘수의 <꽃>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치료 자와 환자의 관계 맺음 속에서의 이름 불러지기까지의 차근차근 쌓아갔던 시간들은 구체적으로 이러한 방식 으로가 아닐까싶다.
서로 인내하며 조급해하지 않고, 상대방의 내적 영역 에 갑작스레 훅 치고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며 옆에 존재한다는 것이 자연스레 받 아들여지도록 하는 것, 그리하여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게 되는 것. 이렇게 자연스레 스며들어 서로에 게작으나마의미가되고울림이되는삶을지금이순 간,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나가고 싶다.
고양정신병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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